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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COVER Story] 빈 소년합창단 신년음악회 조회수 281
작성자 클럽발코니 작성일 2023-01-06 12:36:21





[COVER Story] 빈 소년합창단 신년음악회
Club BALCONY 매거진 107호 (2023년 1~3월호) 中

글/이지영 클럽발코니 편집장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소년합창단인 빈 소년합창단이 오는 2월 4일과 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찾는다.
한국과도 오랜 인연을 자랑하는 이들은
1969년 첫 무대를 가진 이후 50년간 150회 이상의 공연을 하며 새해를 알리는 사절단으로서 사랑받아왔다.
지난해에는 테마와 출연진에 따라 다른 해설자를 통해 전문성과 다채로움을 선사했다면,
525주년을 맞는 2023년 올해에도 성가곡과 가곡, 왈츠, 폴카, 세계 각국의 민요와 영화 음악 등
풍성한 레퍼토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Lukas Beck


 

서양 음악사에서 오스트리아 빈은 수백 년간 문화의 수도였다.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비롯해 빈 국립 오페라단 등 빈 궁정 산하 음악 단체들은 지금까지도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데, 올해 창립 525주년이 되는 빈 소년합창단은 유네스코 지정 무형유산으로 등재될 만큼 고유한 가창 전통과 음악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빈 소년합창단은 1498년, 황제 막시밀리안 1세가 궁을 포함한 모든 살림을 빈으로 옮기며 호프부르크(Hofburg) 예배당과 빈 소년합창단을 함께 설립하면서 역사가 시작됐다. 525년이라는 역사는 대단히 길고 많은 이야기를 담은 시간으로 수백 년간 당대의 뛰어난 음악 영재들이 빈으로 모일 때마다 이 합창단을 거쳐 갔는데, 서양 음악사의 주요 인물들이 이 합창단을 통해 ‘음악 교육’을 받았던 일화는 유명하다. 요제프 하이든은 성 슈테판 성당의 대표적인 보이 소프라노 단원이었다. 어릴 때부터 목소리가 곱고 음악적인 재능이 뛰어나 변성기 즈음에는 카스트라토가 될 것을 제안받았을 만큼 눈에 띄는 인물이었다. 바로 아래 동생 미하엘 하이든 역시 같은 성가대원으로 활동했고 영재 모차르트도, 미성의 테너 슈베르트도, R. 슈트라우스와 브루크너도 어릴 때부터 음악의 중심지 빈에서 소년합창단원으로서 활동했다. 또한 19세기 음악사에서 중요한 사건이 있을 때마다 역할을 맡아왔던 지휘자 한스 리히터, 펠릭스 모틀, 클레멘스 클라우스, 게오르그 틴트너를 비롯해 작곡가 하인츠 칼 그루버, 카운터테너 막스 첸칙, 테리 웨이 등도 단원이었다.

궁정 성가대에 소속되었던 빈 소년합창단은 1918년까지는 궁정에서만 노래했으나 1924년 민간 비영리 단체로 재설립되면서 세계 곳곳을 찾아다니며 노래하는 전령사로서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특히 어릴 때부터 재능 있는 소년들이 음악 외에 전인 교육까지 받을 수 있도록 빈 소년합창단 내에 초중고등학교 프로그램이 있는 자체 학교를 운영하게 되어 현재 중학교에는 9~14세 소년 100명이 다니고 있다. 빈을 대표하는 합창단이지만 최근까지 이들을 이끄는 지휘자 중에는 한국인 지휘자도 있었고, 현재까지도 여러 명의 한국인 단원들을 포함, 세계 곳곳에서 온 소년들이 소속되어 있다.

이들은 전통에 따라 매주 일요일, 호프부르크 성당에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빈 슈타츠오퍼와 함께 음악 예배에 참석해 노래하며 소년합창이 포함된 작품 속에서 목소리를 내왔다. 요아나 말비츠, 주빈 메타, 리카르도 무티, 크리스티안 틸레만, 시몬 영 등과 같은 지휘자들과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신년음악회,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 출연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세계 여러 도시에서 공연을 하는 투어는 팀을 조율해서 여행하게 되는데, 합창단을 거쳐 간 유명 작곡가의 이름에서 가져온 ‘모차르트’ ‘브루크너’ ‘하이든’ ‘슈베르트’ 등 네 팀이 각 학년 중 계획된 10주 동안 전 세계 50만 관중 앞에서 매년 300회 이상의 음악회를 열고 있다. 덕분에 한국에서도 빈 소년합창단원의 모습을 매년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올해는 525주년을 맞아 빈 소년합창단의 대표이자 이 합창단 출신이기도 한 음악 감독 게랄드 비어트도 함께 온다. 내한에 앞서 게랄드 비어트 대표와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Q. 한 음악 단체가 52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사랑받는다는 것은 대단한 일입니다. 빈 소년합창단이 지금까지도 최고의 소년합창단으로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요?
- 시간이 오래 쌓이다 보니 계속 전통을 이어가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습니다. 합창단 마스터와 성악 교사는 물론 소년들을 위한 교육 개선을 위해 매일, 꾸준히, 지속적으로 노력하면서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Q. 빈이라는 도시는 서양 음악의 역사라고도 할 수 있을 만큼 서양 음악사에서 중요한 도시였습니다. 빈 소년합창단이 음악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빈의 전통’은 무엇일까요?
- 가장 진지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왈츠의 왕’ 요한 슈트라우스 가족의 음악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빈 소년합창단의 모든 콘서트에서는 슈트라우스의 음악을 기반으로 해서 여러 장르의 음악을 통합해 선보여왔죠. 물론 하이든과 모차르트, 슈베르트 등 빈을 대표하는 음악가들에게 강한 유대감을 갖고 활동해야 함을 명심하는 것도 전통을 지켜낼 수 있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어떤 곳에서도 이들의 음악이 중심 레퍼토리죠.

Q. 대표님 본인이 빈 소년합창단의 단원이셨습니다. 어떤 계기로 이 합창단의 단원이 되셨나요?
-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제 목소리를 듣고 빈 소년합창단 오디션을 보라고 부모님께 권유하셨어요. 오디션 합격으로 인연을 맺어서 꽤 오랜 기간 이 팀과 함께했습니다. 맑은 음색의 보이 소프라노 소리를 갖고 있던 소년이라면 누구나 선망하는 합창단이기도 했습니다.

Q. 합창단 단원으로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였으며, 인생의 절반 이상을 이 단체와 함께하면서 가장 특별하고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점은 어떤 것일까요?
- 합창단원으로서 행복했던 순간은 ‘무대’에 섰을 때입니다. 단원들과 같이 오랫동안 준비하고 무대에 섰을 때, 특히 큰 무대에서 솔로로 노래할 때 가장 행복했던 것 같아요. 그것이 저에게도 소중했던 경험인 만큼, 지금은 어린 소년들이 음악적 능력을 발휘하고, 개인의 인생에서 행복을 찾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가장 소중하고 귀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Q. 빈 소년합창단의 단원들은 음악적인 성장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성장’도 경험하는 단체입니다. 어린이들을 이끄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점은 무엇인가요?
- 한 인간으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여러 방식으로 교육하고 멘토링을 하는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그들의 개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강점을 키워주고, 약점을 극복할 수 있게 도와서 ‘함께’ 성장할 수 있게 돕는 일이죠.

Q. 빈 소년합창단 출신 중 유명 ‘작곡가’ 외의 다른 음악가를 더 소개할 수 있을까요?
- 빈 소년합창단 단원이었던 다니엘 프로샤우어(Daniel Froschauer)를 포함한 여러 명이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기악 연주자로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합창 지휘자가 되는 경우가 아주 많고, 성악가들 중 헤르베르트 리페르트(Herbert Lippert), 카를 미하엘 에브너(Karl Michael Ebner) 등도 이곳 출신입니다.

Q. 대표로서 해외 투어 때마다 가장 신경 쓰시는 부분은 무엇일까요? 단원들에게 무엇을,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 어린 나이에 다른 나라를 여행해 그 나라 언어로 무대 위에서 노래한다는 경험은 흔치 않을 것입니다. 언어가 담긴 음악은 각 나라의 역사와 문화 역시 담고 있기 때문에 단원들이 그 나라의 문화에 대해 잘 알게 되기를 바라죠. 음악은 물론이고 각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지, 건축은 어떤 형태를 띠고 있는지, 음식도 맛보고 나라마다의 예의에 대해서도 알려주려고 노력하죠. 그래서 투어 때마다 단원들을 위한 문화 체험을 콘서트 외의 중요 활동으로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Q. 한국 투어는 1969년 이후 지금까지 꽤 오랫동안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혹시 대표님이 단원으로서 한국을 찾으신 적도 있을까요?
- 1978년 소년합창단원이었을 때 한국을 찾았던 적이 있습니다.

Q. 합창단원들이 한국을 방문하면서 노래한 한국 레퍼토리는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요?
- 대표적인 것은 ‘아리랑’입니다. 한국 가곡도 있었고 유행하는 대중가요도 불렀지만 빼놓지 않고 불렀던 노래라면 역시 ‘아리랑’입니다.

Q. 각 나라를 찾을 때마다 음악적인 공감을 위해 고민하는 부분이 있을 것 같습니다. 나라별로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있으면 소개해주세요.
- 세계 곳곳의 다양한 도시를 찾을 때마다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현지 음악인들과 교류하는 것이었습니다. 관객들의 반응도 중요하고, 분위기에 따라 즐거움의 경험도 각기 다르지만, 현지 음악인들과의 협업 경험이 가장 각별했던 것 같습니다.

Q. 525년이라는 오랜 전통을 이어오는 동안 전통과 변화 사이에서 고민이 많았을 것 같은데요, 이 시기에 빈 소년합창단은 어떤 과제를 안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현재,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우리 조직이 재정적으로 안정된 환경에서 모든 활동이 잘 유지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단순한 합창 활동만이 아니라 교육을 통해 전통을 이어 나가며 지금까지 유지해온 수준을 지켜 나가야 하는 게 중요하지요. 동시에, 우리의 운영 방식이 미래를 위한 최선의 방법인지 항상 고민하고 있죠. 전통을 잘 지켜낸다는 것은 가만히 있으면서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욕심 부리지 않고 잘 이끌어가야 한다는 점이 늘 중요한 것 같습니다.

Q. 팬데믹을 거치는 동안 노래하는 ‘합창단’의 활동은 일반적인 음악 단체보다도 어려운 점이 더 많았을 것 같습니다. 그 기간을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합니다.
- 팬데믹 기간에는 매우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해외 활동은 물론이거니와 오스트리아 내에서도 연주 활동을 하기 어려워서 재정적으로 큰 타격을 입기도 했죠. 무엇보다도 무대에 서기 위해 우리에게 온 아이들을 ‘어떤 환경에도 불구하고’ 잘 살펴야 했는데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함께 노래하는 것의 소중함도 더 크게 느꼈지만, 합창이 아니라면 어떤 것으로 이 단체를 이끌어가야 하는지 고민이 많았던 시간이었죠. 이제는 미래를 위해 긍정적인 면을 더 많이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Q. 2020년 호프부르크 예배당에서 하이든의 ‘넬슨 미사’ 공연 관람을 신청한 적이 있습니다. 팬데믹 때문에 찾아보지는 못했는데, 지금도 그 예배당에서 빈 소년합창단이 노래를 하는지 궁금합니다. 특히 예배 중에는 어떤 레퍼토리들을 노래하는지 궁금합니다.
- 팬데믹 때문에 공연장은 물론 성당 문도 닫혔었지만, 지금도 여전히 매주 일요일 예배당에서 노래를 합니다. 레퍼토리는 르네상스 시대의 미사부터 모차르트의 작품은 거의 다 하고 있고, 하이든과 슈베르트, 브루크너 미사까지 유서 깊은 작품들은 대부분 노래하고 있어요. 가끔 새로운 곡을 초연하기도 합니다. 이것도 빈 소년합창단의 전통 중 하나죠.

Q. 수백 년간 빈 소년합창단은 소년들을 위한 합창단이었는데, 2004년부터 빈 소녀합창단이 설립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어떻게 구성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특히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소년합창단은 수백 년 전부터 노래해야 할 역할이나 레퍼토리가 정해져 있었을 것 같은데, 소녀합창단은 어떤 곡을 부르고 어떤 행사에 참여하며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아울러 이들이 함께 무대에 서는 경우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 사실 우리는 빈 소녀합창단에 대단히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신년음악회에서도 빈 소녀합창단 멤버들이 빈 소년합창단과 함께 노래를 부를 예정이어서 무척 기대하고 있거든요. 소년합창단은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으로 활동을 계속 해 나갈 것이고 투어도 진행하는 한편, 30여 명의 소녀합창단의 활동이나 역할도 조심스럽게 늘려가면서 더 많은 무대에서 자주 선보일 수 있도록 구성하고 있어요. 투어는 아직 어렵지만 빈에서는 두 합창단이 함께 무대에 서는 콘서트들이 조금씩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525주년을 맞아 구성한 콘서트 프로그램이 궁금합니다.
- 모차르트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를 비롯해 슈베르트 ‘마왕’, 슈만 ‘유랑의 무리’, 베르너 ‘들장미’, 멘델스존의 ‘뱃놀이’, 퍼셀의 ‘음악과 함께하는 동안(Music for a While)’을 비롯해 엔니오 모리코네의 ‘넬라 판타지아’와 뉴질랜드 민요, 터키 민요, 러시아 민요와 우크라이나 민요, 그리고 오스트리아 민요 등을 노래하게 됩니다. 여기에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트리치 트라치 폴카’와 요제프 슈트라우스의 ‘오스트리아의 시골 제비’를 포함, 프로그램에 없지만 깜짝 선물 같은 레퍼토리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한국을 찾은 빈 소년합창단이 여러분께 행복한 시간을 선사해드렸으면 좋겠습니다.



 


ⓒLukas Beck


 



빈 소년합창단 신년음악회
 


다시 돌아온 천사들의 합창
2023년 새해는 우리의 마음을 힐링 해 줄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시작하면 어떨까요?
이번 공연에서는 빈 소년합창단의 역사를 모두 보여주는 525주년 기념 프로그램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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