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STORY

제목 [ARTIST STORY] 그와 함께 첼로의 숲을 걷다 조회수 333
작성자 클럽발코니 작성일 2020-11-05 18:09:42
 EmailTemplate-Fluid
(Optional) This text will appear in the inbox preview, but not the email body.
 


 
[ARTIST STORY] 그와 함께 첼로의 숲을 걷다
Club BALCONY 매거진 98호 (2020년 10~12월호) 中
글/한혜원 음악 칼럼니스트

지난 8월 15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썸머 브리즈, 홍진호는 객석을 향해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살짝 눈물도 보였다. 올해 들어 예정되었던 공연들이 잇달아 취소된 끝에 선 무대였다. 이날 그는 이나우, 존 노, 조영훈, 고상지, 그리고 디토 오케스트라와 함께 아르보 패르트부터 피아졸라까지 묵직하면서 섬세한 첼로의 매력을 한껏 드러냈다.
홍진호 특유의, 음악과 사랑에 빠진 듯한 표정도 볼 수 있었다.

 
alt_text


성 장
12세에 들은 로스트로포비치의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이 그의 인생을 결정했다. 드보르자크를 들으며 자란 홍진호가 콩쿠르에서 가장 자신 있게 연주하는 레퍼토리 역시 드보르자크다.
“처음 드보르자크의 작품을 연주하는데 소름이 돋았어요. 처음 그 음악을 들었을 때의 그 웅장함이 막 느껴져서 45분 동안 그 속에 흠뻑 빠졌지요.”
서울대 재학 시절 마스터클래스에서 만난 니콜라스 에핑어를 따라 뷔르츠부르크 대학으로 유학을 갔다. 에핑어 교수의 첫 레슨 때, “네가 컴퓨터냐”는 소리를 들으며 야단을 맞았다. 어려운 테크닉에 치중하는 모습을 따끔하게 지적한 것이다. 이 말에 자극을 받은 홍진호는 자기만의 스타일, 음악을 만들기 위해 부단한 연구를 했다. 얼마나 진중하게 고민을 했는지, 어느 날 연습실 복도를 지나던 에핑어 교수가 그의 첼로 소리를 듣고 불쑥 들어와 “이 좋은 소리가 진호인 줄 알았다”며 칭찬을 했다고 한다. 그러고는 “슈만 음악은 홍진호 그 자체”라는 말도 남겼다. 불쑥 성장한 것이다.

 


혼 자 보 다 함께
홍진호는 늦게 첼로에 입문한 탓에 고3이 되어서야 콩쿠르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유학을 떠난 후에도 연 3~4회씩은 콩쿠르에 참가해 수많은 입상을 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콩쿠르는 2016년 프랑스 보르도 콩쿠르(에비앙 콩쿠르)다. 독주가 아닌 현악 4중주 팀으로 참가해 특별상을 수상했다. 유일한 한국 팀이었다.
“저는 지금도 독주보다는 현악 4중주를 연주할 때 가장 행복해요. 특히 베토벤 작품을 연주할 때 기쁩니다. 오케스트라보다는 체임버 오케스트라나 현악 3중주, 4중주를 하는 게 좋아요. 내 소리가 더해져서 풍성한 화음을 만들 때가 좋거든요.”
협업하는 아티스트 홍진호는 밴드로 행보를 넓히는 도전을 한다.

 
alt_text


슈 퍼 밴드
홍진호의 음악 여정에서 ‘슈퍼밴드’를 빼놓을 수 없다. 클래식 공부를 해왔던 그에게 ‘슈퍼밴드’는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
“막연하게 청중과의 소통을 바랐고 첼로를 알리고 싶었는데, ‘슈퍼밴드’를 통해서 내가 어떤 음악을 해야 할까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됐어요. 몇몇 테크닉들은 익숙하지 않아 힘들었지만 그걸 개선하기 위해 연습하다 보니 자꾸 새로운 기법도 시도하게 되었죠. 감동을 더 표출하기 위해 다양한 색깔의 소리들을 고민하고 하다 보니 연주의 폭이 넓어진 것 같아요. 얼마 전 은사님을 뵈었을 때 사실 저의 이런 행보에 대해 꾸짖으실 줄 알았어요. 그런데 대중음악을 하면서 이전보다 소리가 더 다채로워졌다고 오히려 좋아하셨어요.”
밴드 음악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은 어리고 거침이 없었다. 본인들의 음악적 견해를 가감 없이 드러내는 사람들에게 적잖이 당황했을 터.
“처음에는 불편해서 자리를 뜨고 싶었어요. 그런데 음악에 대해 솔직하게 내 의견을 말하고 대화와 음악으로 풀어가는 과정, 그게 좋은 음악을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더라고요. 일방적으로 선생님의 지도를 따르고 구현하는, 제가 해온 방식과 달랐어요. 그 과정에서 내 안을 들여다보게 되었어요.”
슈퍼밴드로 첼로에 관심을 갖게 된 대중들에게 궁극적으로 알리고 싶은 작곡가는 베토벤이다. 자칫 지루하게 여길 수 있는 베토벤의 곡에 담긴 특유의 아름다운 선율을 대중들에게 알리고 싶다.
“지금 오시는 청중은 100퍼센트 저를 보러 오시는 거라 감동받을 준비를 이미 하고 계신 것 같아요. 마음을 열고 듣는 눈빛들이 느껴져서 연주 중에 저도 더 몰입하게 됩니다. 베토벤도 진지하게 들어주실 것 같아요.”

 
alt_text


네오 클 래 식
“제가 하고자 하는 음악은 정통 클래식 그 이상의 확장입니다. 감히 정의할 수 없지만 클래식을 기반으로 여러 장르의 음악과 컬래버를 하는 거예요. 요즘 쿠바 음악가 아나 클라라 맛차의 음악을 듣고 있는데, 첼로를 연주하면서 노래를 불러요. 또 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호프의 새 앨범에서는 재즈와 독일 가곡을 믹스해서 완전히 새로운 장르로 재탄생시켜요. 흥미로운 장르입니다.”
홍진호도 첼로를 연주하면서 노래하고 싶다고 한다. 언젠가 이루마, 그리고 다니엘 호프와 함께 네오클래식 음악을 꼭 협연하고 싶은 것이 그의 소망이다.
지금 홍진호는 그만의 장르를 개척 중이다. 최근 ‘호피폴라’의 김영소와 함께 기타와 첼로 듀엣 곡 ‘동화’를 작곡하기도 했다. 또한 영상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데에도 관심이 많다.
안주하고 싶지 않고, 다양한 악기들과 어울려 화음을 만드는 과정을 사랑하고, 청중과 공감하는 음악을 추구하는 홍진호. 그가 네오클래식으로 발을 들이는 것은 당연한 수순 같다. ‘썸머 브리즈’ 무대 역시 네오클래식의 숲을 살짝 열어 보인 셈이다.
“제 네오클래식은 이제 시작 단계죠. 레퍼토리와 장르들을 연구하고 있어요. 무엇보다도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음악을 들려드리고자 해요. 더 열려 있고 창의적이고 직접적인 감동을 전하고 싶습니다.”

 
 


클럽발코니 (클럽발코니 매거진 98호 (2020년 10~12월호)) ©clubbalcony.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클럽발코니 매거진은 매주 목요일 네이버 포스트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