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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ARTIST STORY] 팔색곰에게 홀릭할 준비 완료 조회수 2477
작성자 클럽발코니 작성일 2020-10-23 17:4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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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STORY] 팔색곰에게 홀릭할 준비 완료
Club BALCONY 매거진 98호 (2020년 10~12월호) 中
글/한혜원 음악 칼럼니스트 사진/이상욱

장르 파괴 테너, 독보적인 성악 천재, 천상계 느낌, 완벽한 자유로움… 지난봄, ‘팬텀싱어’를 통해 단비처럼 나타난 테너 존 노에게 쏟아진 찬사들이다. 그런 존 노가 지난 8월, 크레디아에 둥지를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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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처럼 음악을 만나다
존 노는 17세에 미국 메릴랜드주 아나폴리스의 기독교 고등학교로 유학을 떠났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신학을 공부하기 위해서였다. 존의 이모부도 그곳에서 목회를 하고 계셨다. 동양인이 한 사람도 없는 학교에서 점심시간마다 혼자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척하기 일쑤였고,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잠들곤 했다. 외로운 1년을 보내던 와중, 마침 학교 중창단 신임 지휘자로 금발의 미녀가 오신 게 아닌가. 남학생들 대다수와 마찬가지로 존도 중창단에 지원했다. 무려 바리톤으로.
모든 음역대를 자유로이 구사할 수 있던 그는 이때부터 테너와 베이스를 오가며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다. 특히 흑인 친구들과 자주 어울리면서 자연스럽게 흑인 음악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
중창단이 ICMF(국제 크리스천 뮤직 페스티벌)에 초대받아 로마 교황청에서 푸치니의 ‘Messa di Gloria’를 연주하게 되었다. 과제로 푸치니를 조사하다가 파바로티가 노래한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 영상과 댓글을 보게 되었다. ‘당신의 목소리를 들으면 하느님이 있다는 걸 믿게 됩니다.’
“그 글을 읽는 순간 막 눈물이 났어요. 내가 신학을 하려고 이렇게 애쓰고 있는데, 노래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거구나 하고요.”
성악을 하기로 결심한 때가 7월. 여기저기 수소문해보았지만 이미 늦었다는 대답뿐이었다. 유튜브 동영상을 보며 발성을 연습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모가 베트남 국수집에 가셨는데, 서빙하시는 분 목소리가 좋기에 혹시 성악하냐고 물어보니 피바디 대학원생이었어요. 그분께 두 달 동안 딕션과 입시곡 레슨을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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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부터 단 두 달 레슨 끝에 12월에 피바디 음대에 지원하게 됐다. 집에서도 “이렇게 해서 붙으면 주님의 뜻이다”며 반신반의했는데, 결국은 합격했다.
어렵게 입학한 학교에서 1년을 보내던 중 오페라 <마농>에 합창단으로 선 존은 오페라에 빠져들었다. “무대에서 제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되어 관객과 소통하는 그 짧은 시간을 잊을 수가 없었어요. 그 위대한 종합 예술을 알자마자 군대에 가야 했습니다.”
학비를 계속 낼 수 없던 상황인 존은 군대에 가야만 했는데, 당시 피바디에서 군대 때문에 휴학하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피바디는 1년 이상 휴학을 하면 자동 퇴학 처리되는 규정이 있었지만 아무도 그 규정을 몰랐던 탓에, 상병이었을 무렵 퇴학된다는 연락을 받았다.
“어쩔 수 없이 재입학 지원을 했어요. 군복을 입은 채 모차르트 아리아를 부르는 영상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군인을 존경하는 마인드가 있어서, 베트남전 성악병으로 참전했던 교수님이 옛 생각이 난다며 장학금을 주기로 결정하셨어요. 제가 군대를 가지 않았다면, 퇴학이 되지 않았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지요.”
피바디를 꼴찌로 들어갔던 그는 수석으로 졸업했다. 이후 줄리아드 음악원에 진학했고 카네기홀에서 ‘The Cecilia Chorus of New York’과 모차르트 ‘레퀴엠’ 독창자로 데뷔했다. 객원교수였던 고음악계의 거장 윌리엄 크리스티에게 발탁되어 링컨센터에서 ‘몬테베르디의 천재성’을 협연하기도 했다.
줄리아드 음대 졸업을 앞두고 하루에 두세 군데씩 오디션을 보던 중 성대결절 진단을 받았다. 진행 중이었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무대 진출에도 제동이 걸렸다. 급히 예일대 음악석사로 진로를 바꾸고 수술을 받았다. 이후 예일대 오페라단에서 <마술피리> <코지 판 투테> <예프게니 오네긴>부터 현대 오페라 <한여름 밤의 꿈> <아메리칸 솔저>에 이르기까지 20여 편의 오페라 주역을 맡았고 ‘Met Live Arts’에서 세계 초연한 <무라사키의 달>에도 출연했다.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지만 존은 그 많은 캐릭터 중 <사랑의 묘약>의 주인공 ‘네모리노’ 역을 아낀다. “네모리노가 순수하고 좀 바보 같은데, 저도 바보 같은 면이 있거든요. 딱 저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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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의 시작, 팬텀싱어 그리고 크레디아
“한국에 무척 오고 싶었어요. 제가 오페라로 유명해지지 않는다면 음악 목사를 할까 생각이 많았지요. 그때 ‘팬텀싱어’ 뉴욕 오디션이 열렸어요. 기회를 잡고 싶었습니다.”
방송 첫 회에서 존은 ‘The Prayer’로 성악과 팝 발성을 자유로이 구사하며 그의 존재를 알렸고, 이어서 고영열과 함께한 쿠바 음악, 최성훈과 함께한 EDM으로 파격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그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기를 주저하지 않고 과감히 발성을 바꾸었다. 서로 음악관이 비슷한 친구들과 ‘라비던스’ 팀을 이루어 ‘무서운 시간’ ‘흥타령’ ‘어나더스타’ 등 실험적 무대들을 쏟아냈고, 기존 성악가들에게선 볼 수 없었던 리듬감과 그루브, 스캣까지 펼쳐 보였다. 매 작품마다 무섭게 몰입하고 표현하는 모습도 놀라웠다.
방송 후 인기를 체감하느냐고 물었다. “지하철 광고를 처음 봤을 때, 아… 상상도 못 했어요. 너무 감사할 따름입니다. 요즘 어린지(팬클럽)와 연애하는 기분이에요.”
크레디아호에 승선한 존 노는 지난 8월 홍진호 콘서트에 게스트로 출연한 데 이어 찾아가는 미니 오페라, 슈베르트 연가곡 등 활발한 활동을 구상 중이다. 오는 10월 7일, 새로 마련한 그의 작업실 NSQG에서 온라인 팬미팅이 열린다. 힙합, 트로트뿐 아니라 팬들과 함께 노래하는 이벤트 등 재미있는 소통으로 아티스트 존 노의 항해를 시작한다.
“팬들이 지어주신 별명 중에 ‘팔색곰’이 있어요. 제게서 다양함을 볼 수 있어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라비던스’는 모두가 행복해하는 라비던스만의 음악을 할 것이고, 성악가 존 노는 여러분께서 자연스럽게 클래식에 깊이 젖어드시도록 다가가고 싶습니다. 힐링의 에너지를 품은 음악을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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