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제목 [ARTIST STORY] 피아니스트 조성진 조회수 1751
작성자 클럽발코니 작성일 2020-10-11 19:34:13
EmailTemplate-Fluid
(Optional) This text will appear in the inbox preview, but not the email body.
 


 
[ARTIST STORY] 피아니스트 조성진
Club BALCONY 매거진 98호 (2020년 10~12월호) 中
글/이지영 클럽발코니 편집장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오는 10월, 서울을 포함한 전국 6개 도시에서 리사이틀 투어를 갖는다. 지난 7월에 예정되었던 공연 일정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연기한 결과, 10월 19일 강릉을 시작으로 서울, 대구, 여수, 부산, 창원에서 열린다. 2년 9개월 만의 전국 투어다.
 
alt_text

조성진이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것이 벌써 5년 전이다. 세계 음악 시장에 조성진이라는 이름을 알린 이후 그가 알려온 행보는 모든 것이 새로 쓰는 역사였다. 한국인 최초로 도이치 그라모폰과 독점 계약을 맺었고, 발매하는 음반마다 멀티 플래티넘 판매를 기록했다. 카네기홀 초청 공연을 비롯해 세계 유수의 극장, 오케스트라의 러브콜을 받는 연주자가 되었고, 뿐만 아니라 전설처럼 존경받는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 알프레트 브렌델이 아끼고 사랑하는 젊은 피아니스트가 되었다. 코로나19로 세계 음악 시장이 몸살을 앓고 있는 이때에도 베를린 필하모닉 재초청 공연, 뉴욕 필하모닉 정기 연주회 데뷔, 시카고 심포니 피아노 시리즈, 위그모어홀 120주년 시즌 무대에도 이름을 올리며 이 시대 최고의 연주자임을 증명해왔다.

지난해 싱가포르와 통영에서 가진 특별한 무대를 비롯해 올해 5월에 발매한 음반 <방랑자>를 통해 리사이틀 레퍼토리를 살펴보면 그가 음악적으로 얼마나 넓은 영역에 도전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클럽발코니 인터뷰를 통해 현존 작곡가의 작품에도 관심을 보였는데, 이번 리사이틀 프로그램이 흥미롭다. 두 가지 타입의 구성으로 프로그램 1슈만의 ‘유모레스크’ Op.20, 시마노프스키의 ‘마스크’ Op.34, 슈만의 ‘숲의 정경’ Op.82, 슈베르트의 방랑자 환상곡 C장조 D760이고, 프로그램 2는 1부에서 슈만시마노프스키를, 2부에서 리스트 피아노 소나타 b단조를 연주한다.
 
alt_text

조성진이 말하는 시마노프스키 ‘마스크’의 매력
그는 왜 시마노프스키를 선택했을까? 카를 시마노프스키는 조성진의 멘토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이 애정을 가져온 폴란드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다. 지메르만은 2003년 내한했을 당시에 앙코르 곡으로, 또 마스터클래스에서도 이 곡을 연주했다.

“시마노프스키는 베토벤처럼 누구나 다 아는 유명한 작곡가는 아니지만 전혀 생소한 인물도 아니죠. 야나체크의 소나타나 프랑크의 프렐류드, 코랄과 푸가, 아니면 베르크 소나타 같은, 좋은 곡을 썼지만 덜 연주되는 작곡가의 작품을 연주하길 좋아해요. 시마노프스키의 ‘마스크’는 유럽 무대에서도 자주 연주하지 않아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요. 클래식 레퍼토리 중에는 베토벤뿐만 아니라 이런 좋은 곡들이 많다는 걸 알리고 싶어요.”

‘마스크’ Op.34는 셰에라자드, 탄트리스의 광대, 돈 주앙 세레나데 등 세 곡으로 구성된 모음곡이다. 작품 제목에서도 느낄 수 있겠지만, 조성진의 표현을 빌자면 대단히 센슈얼(sensual)한 작품이다. 시마노프스키는 폴란드의 드뷔시라고 불릴 만큼 인상주의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음색은 컬러풀하지만 드뷔시보다 훨씬 드라마틱해요. 테크닉도 어렵고 악보도 음표가 많아서 치기 쉽지 않죠. 한번 들으면 못 잊을 것 같은 귀에 꽂히는 멜로디는 없지만, 듣다 보면 계속 생각나는 음악이에요.”
 
alt_text

또 다른 레퍼토리 중에는 지난 앨범에도 수록되었고, 2018년부터 무대에 올린 슈베르트 ‘방랑자 환상곡’리스트의 피아노 소나타 b단조도 눈에 띈다. 특히 공들이고 기간을 두며 숙성시키고 있는 ‘방랑자 환상곡’에 대한 애정도 궁금했다.

“처음 쳤을 때보다 곡에 익숙해지고 있어요. 올해 6월, 스위스 솔스베르크 페스티벌(Solsberg Festival)에서도 연주했는데, 여전히 계속 어려워요. 솔직히 리스트 소나타보다 어려워요. 슈베르트가 이 곡은 연주가 가능할지 안 할지 생각 많이 안 하고 작곡한 것 같은 느낌도 들었어요(웃음).”

슈만의 작품도 두 곡 넣었다. 특히 ‘숲의 정경’ Op.82는 방랑자 환상곡 전에 연주할 계획이라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궁금했다. “‘숲의 정경’은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어요. ‘어린이 정경’보다 더 좋았죠. 슈만 음악의 특징은, 곡은 분명 장조인데 슬픈 느낌이 든다는 거예요. 마지막 곡 ‘Abschied’(이별)도 분명 모든 부분이 장조인데, 연주해본 곡 중 다섯 손가락에 드는 슬픈 곡이죠.”
 
alt_text

남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아티스트는 늘 현재 진행형이다. 이 젊은 연주자의 음악이 좋은 이유도, 주어진 영광에 취하고 안주하기보다 자꾸만 더 넓은 세상을 향해 새로운 문을 열어젖히고 주저함 없이 나아가기 때문이다. 그간 익숙해 있던 슈베르트도, 쇼팽도 조성진에 의해 다른 음악으로 듣게 됐다. 당차지만 깊이를 다져가는 그의 무대가 늘 신비롭고, 기대감을 갖게 되는 이유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올가을부터는 종식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클럽발코니 (클럽발코니 매거진 98호 (2020년 10~12월호)) ©clubbalcony.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클럽발코니 매거진은 매주 목요일 네이버 포스트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본 기사는 일부공연 취소 공지 전 작성된 글로, 예매에 착오가 없으시길 바라겠습니다. 추후 변경된 공연 일정에 대해서는 다시 안내 드리겠습니다.